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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의 빗소리처럼 느슨한 햇살의 흔적 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뭉개진 풍경들은 나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그 사실속의 현실엔 나는 그렇게 고독하게 서있지만 이 세상의 소박한 아름다움만으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마냥 감사할때가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작은 빗소리가 해질녁 작은 햇살이 마냥 감사할때가 있다. 늦은 저녁 비도 달빛도 비추지 않는 어둠속에서 그 풍경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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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비밥 ost Memory 처음 과거회상장면. 멜로디. 오늘 오랜만에 다시 극장판을 보았다. 스파이크가 엘렉트라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나눈 이야기가. 공감했다. 나도 어느때부턴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두려움이 없었다. 무시할 수 있었다. 죽음조차 무의미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무너져 버렸다. 지금 힘든 이유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이 나의 마음에 큰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 다시 마음을 정리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상처가 남아 있을까봐 그게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