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철학은 세계를 정신과 몸, 주체와 대상, 본질과 현상 등 대립적으로 구분해서 파악하려 했으며, 나아가 전자를 우위에 둠으로써 후자를 억압하고 은폐해왔다.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에 근거한 인식을 비판하고, 모든 실재가 분리되기 이전인 근원적인 상태를 탐구하는 것을 자신의 철학적 지향으로 삼음으로써 근대 철학의 틀을 전복시킨다. 그는 회화와 언어에서 철학이 나아가야 할 지점을 발견한다. 그에 따르면 개념적 언어가 아닌 침묵으로 표현되는 회화와 언어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의미를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기존의 이분법적 경계가 무화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메를로 퐁티의 사유는 의식 일변도였던 근대 철학의 근간을 뒤흔든 해체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