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이 책을 정리겸 이곳에 적어두는 이유는.
 내 작업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자주보고 정리하며 내가 하는 작업과 관련된 학문들을 익히기 위해서이고
또 내 작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함에서도 있다.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꾸준히 적어가고 싶다. *



의식과 무의식의 대화 . -융의 분석심리학을 중심으로- 정인석 지음

머리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마음 속은 알 수가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자신의 내면에 또 다른 내가 있고, 사람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의식적 부분과 자기 마음이면서도 잘 모르고 있는 무의식적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신도 자기 마음의 실체를 잘 모르고 있으므로 어찌 남의 마음을 알 수가 있겠느냐를 빗대어 한 말이다. 요컨대, 대부분의 사람은 의식만 소중하게 생각하며 또 하나의 마음의 세계인 무의식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도 모르고 있는 '자기 마음'의 실체, 복잡하면서도 심층적인 '마음의 정체'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의미란 무엇인가? 이와 같은 '인간의 마음의 궁극적 회의'에 정면으로 도전하여,매우 석득력있고 훌륭한 해답을 제시 해 준 사람이 현대심리학의 거봉이자 분석심리학의 기반을 다졌으며 '심혼의 의사'임을 자처한 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1875~1961)이다.

그가 개척한 분석심리학은 매우 독창적인 학문이었으며, '의식적 과정'과 '무의식적 과정'과의 관계를 정립 체계화하여 양자 사이의 역동적인 교류를 심화시키는 점에 역점을 두었다. 요컨대, 무의식의 소리를 의식을 통해 겸허히 들으며 이해한다고 하는 마음의 의식적 측면과 무의식적 측면의 대화에 주안점을 두었다.
 융은 이렇듯 의식과 무의식의 대화를 통해서 사람의 생활이 풍요로워진다고 보았으며, 이 대화가 단절될 때 무의식적 과정은 퍼스낼리티를 연약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위기와 궁지에 몰아 넣게 된다고 보았다.
 그이 마음에 대한 해석은 독창적인 만큼이나 비판과 반론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반면에는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며, 마음의 문제를 해명하는 데 관건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융심리학은 마음의 병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냄으로써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 주기도 하였다.

  실로 융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의식 · 무의식의 일체를 포괄한 심적 과정의 전체)을 해명하기 위하여 온갖 방법으로 접근을 시도한 거침없는 학문이었으며, 그 연구대상은 여러 갈래의 영역에 걸쳐 있다. 그는 사람의 탄생을 '생물학적인 유산' 과 더불어 인류진화의 ' 심리학적인 유산'의 탄생으로 보아, 심리학적인 유산 속에 내재하고 있는 개인을 초월한 인류공통적인 여러 가지 '근원성'의 심적 구조의 발견을 비롯하여'꿈'의 해석과 '그림'의 분석, '신화'와 종교,' 중세의 '연금술'과 고대 중국의 '점술' 그리고 '동시성,' 드디어는 UFO'와 심령현상'까지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렇듯 그의 그칠 줄 모르는 연구는 매우 다방면에 걸치고 있으며, 이는 정신적 현실(마음의 현실)이라고 하는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주관적 접근 방법을 통해 심리적 사실의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였던그의 독창적인 학문적 태도의 소산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융심리학은 어느 일면만을 보게 되었을 때 수상쩍고 비현실적인 심리학이라고 오해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융은 인간성의 부정적 · 부적합적인 측면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최대의 노력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해서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찾아내는 데 바쳐졌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데 그 지향점이 있었다.
   이처럼 융은 자기가 추구하는 것이 인류의 희망이자 기쁨에 연결된다는 것을 굳게 밎고 살아 왔다. 융심리학은 바로 이와 같은 목표실현에 기여하였다.
   그의 업적은 환자뿐만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마음의 실체를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하고, 의식의 중심은 자아와 의식 및 무의식을 포괄한 '마음'의 중심인 자기와의 사이에 만들어지는 교류관계를 통해서 발달하는 '개성화' 의 과정을 돕는 데 입지했다는 점이다. 그의 생애는 융자신이 말한 바와도 같이 '무의식이 자기를 실현하는 역사'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융심리학은 널리 알려진 명성만큼이나 그의 심리학적 사상의 진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융심리학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서술형식이 독자에게 너무 어렵게 다가온다는 것이 큰 원인일 것이다.

   이 책은 전체를 크게 네 가지 주제의 가름으로 구성하였다. '첫째' 가름에서투터 '셋째' 가름은 말하자면 본편에 해당하며, 독자는 이들 장을 차례로 읽어 감으로 써 융심리학의 핵심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 넷째'가름은 융심리학 가운데서 가장 오해받기 쉬운 부분으로서 현모하고 신비로운'오컬트적인(심령)현상'에 관한 융의 관점을 요약 설명하였다.
   특히 이 가름에서는 융의 인간본성에 대한 분석에 동서양의 종교 연금술 초심리학 신화학 등의 다양한 관점이 스며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며, 그가 동양사상이나 전통으로부터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는 결코 오컬트적인 현상을 비합리적 비과학적이라고 하여 외면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를 현대인의 무의식의 투사라고 생각하여 무의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하여 학구적인 집념을 불태웠다.
  

    융심리학은 근대적 자아중심주의와 과학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인의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본능간의 괴리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비합리적인 것과 합리적인 것, 무의식의 소산과 의식적 사고와의 접점  합일의 길을 찾는 데 큰 지침이 되어 주었다.
  '합리성'을 과시한 나머지 상징과 신화의 언어를 상실한 현대인이 자칫 자아를 자기와 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현실에서 융심리학은 자아가 '자기'를 발견하는 데 크나큰 깨우침을 주고 있다.
   비유컨대, 융심리학바다에서 넘실거리는 파도와 같은 '자아'가 깊은 수심을 가진 마음의 중심인'자기'를 찾아가는 어둡고 험난한 과정에 빛이 되고 힘이 되어 주었다.
  

   이 한 권의 책이 자신의 가상같은 페르소나에 너무 동일화되어 진정한 자기를 못보고 있는 사람에게 '참 나'와 '자기'를 찾아 깨닫게 하고, 왜곡된 자기상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아에 덮어 씌워진 페르소나를 벗기는 일을 도울 뿐만 아니라, 비개인적인 집단적 무의식의 산물인 원초적인 이미지가 자아중심적 사고의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분할할 수 없는 개체의 '개성화 과정'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자기실현임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면 저자로서는 이 이상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